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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독자적인 AI 모델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KT의 '믿음 2.0', LG의 '엑사원',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버 X', 카카오의 '카나나' 등 각 기업이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한국형 AI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들 모델은 단순히 해외 기술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 특성과 한국 문화에 최적화된 AI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1936억 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K-AI 모델 프로젝트'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각 기업들은 이를 통해 AI 기술 주권 확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형 AI는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각 기업의 성과와 향후 전망을 통해 K-GPT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KT 믿음 2.0, 한국적 AI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다
KT는 2025년 초 자체 개발한 한국어 특화 독자 AI 모델 '믿음 2.0'을 공개하며 한국 AI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 모델은 단순히 기술적 성과를 넘어 '소버린 AI(주권형 AI)'라는 개념을 구현한 첫 번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믿음 2.0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문화와 정서를 깊이 이해하는 AI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고객의 생각과 감성을 이해하고, 기억하며, 공감하고 표현하기 위한 AI라는 개발 철학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한 언어 처리를 넘어 인간의 감정과 맥락을 이해하는 AI 구현에 중점을 두었다.
1. 한국어 성능 평가에서 국내 최고 수준 달성
최근 발표된 성과에 따르면 믿음 2.0이 한국어 성능 평가에서 국내 모델 중 최고 순위를 달성했다. 이는 한국어 특화 AI 모델로서 기술적 우수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성과다. KT는 1년간의 집중 개발을 통해 한국어의 미묘한 뉘앙스와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AI를 완성했으며, 이는 글로벌 AI 모델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2.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전략적 협력
KT는 GPT-4o를 기반으로 한국형 특화 AI 모델을 상반기부터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기술과 한국의 특화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접근법으로,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이다. 또한 소형언어모델인 '파이(Phi) 3.5' 기반의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모델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 K intelligence 브랜드를 통한 생태계 확산
KT는 AI 마스터 브랜드 'K intelligence'를 주제로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한국적 AI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한국적 AI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향후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G 엑사원, 추론형 AI로 글로벌 경쟁력 입증
LG AI연구원의 엑스원은 한국형 AI 모델 중에서도 가장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모델이다. 2021년 엑사원 1.0을 시작으로 현재 엑사원 3.5까지 발전해 왔으며, 최근에는 추론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 딥(EXAONE Deep)'을 공개하며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LG가 단순히 언어모델 개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실제 활용 가능한 AI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1. 세계 최고 수준의 추론 모델 개발
추론 모델 '엑사원 딥(EXAONE Deep)'은 '딥시크-R1'보다 적은 인프라로 국내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추론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이 제한된 자원으로도 글로벌 수준의 AI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성과다. 추론형 AI는 단순히 학습된 정보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AI로, 향후 AI 발전의 핵심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2. 오픈소스 전략을 통한 생태계 확산
LG는 국내 최초 오픈소스 AI '엑사원(EXAONE) 3.0'을 공개하며 한국 AI 생태계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공개를 넘어 개발자 커뮤니티와 스타트업들이 AI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자연어 입력만으로 파이썬, 자바, C++ 등 22개 프로그래밍 언어와 SQL 쿼리까지 생성할 수 있는 기능은 개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3. 차세대 모델 개발과 특화 분야 확장
LG는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엑사원 4.0'과 조직병리 특화 모델 '엑사원 패스 2.0'을 개발 중이다. 이는 일반적인 언어모델을 넘어 특정 전문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으로, 의료, 법률, 금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플랫폼 기반 AI 생태계 구축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하이퍼크로버 X와 카나나를 통해 자신들의 플랫폼 생태계와 결합된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접근법은 독립적인 AI 모델 개발보다는 기존 서비스와의 통합을 통해 사용자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AI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두 기업 모두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개발자 생태계 확산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AI 산업 전반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1. 네이버 하이퍼클로버 X의 멀티모달 진화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이미지 및 음성 처리가 가능한 LMM으로 고도화하며 단순한 텍스트 처리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AI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는 검색, 쇼핑, 콘텐츠 등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하여 사용자들에게 더욱 풍부한 AI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2. 오픈소스를 통한 생태계 확산 전략
네이버는 HyperCLOVA X를 오픈소스화 시킨 HyperCLOVA X SEED 시리즈를 발표하며 3B, 1.5B, 0.5B 모델 3가지를 공개했다. 이는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여 개발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카카오 역시 자체 개발 언어모델 'Kanana' 라인업을 오픈소스로 허깅페이스에 공개하며 아파치 2.0 라이선스를 적용해 자유로운 상업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3. 경쟁을 통한 기술 발전 가속화
네이버와 카카오가 오픈소스로 AI 모델을 공개하며 개발자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는 상황은 한국 AI 산업에 건전한 경쟁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AI 산업 전체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4. 실사용자 기반 AI 서비스 최적화
네이버와 카카오는 수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실제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AI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실험실 환경에서 벗어나 실제 시장에서 검증된 AI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K-GPT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한국형 AI 모델들의 현재 성과를 종합해 보면, 분명히 고무적인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각 기업이 자신만의 특화된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생태계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특히 LG AI연구원이 K-AI모델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내밀며 정부 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민관 협력을 통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한국 AI 산업이 개별 기업의 노력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 기술적 성과와 글로벌 경쟁력
현재까지의 성과를 보면, 한국 기업들은 각각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KT의 감성 이해 기술, LG의 추론 능력, 네이버의 멀티모달 처리, 카카오의 플랫폼 통합 등 각자의 색깔을 가진 AI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모든 영역에서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특정 분야에서의 우위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현실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2. 오픈소스 생태계의 긍정적 영향
한국 AI 기업들의 오픈소스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기술 공개에 따른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AI 생태계 전체의 저변 확대와 기술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선진 AI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혁신적인 AI 서비스 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3. 산업 특화 모델의 가능성
LG의 조직병리 특화 모델처럼 특정 산업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은 한국 AI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의료, 법률, 금융, 제조업 등 각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AI 모델들이 개발된다면, 글로벌 범용 AI 모델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4. 정부 정책과의 시너지 효과
정부의 K-AI 모델 프로젝트와 민간 기업들의 AI 개발 노력이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한국 AI 산업은 더욱 빠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특히 1936억 원 규모의 정부 지원과 기업들의 자체 투자가 결합된다면,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단시간에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한국형 AI가 단순히 '따라잡기'를 넘어 '앞서가기'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