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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조원동 피자 먹다 매장에서 벌어진 참극은 단순한 개인적 갈등을 넘어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41세 가맹점주 김동원 씨가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과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 3명을 흉기로 살해한 이 사건의 배경에는 차액가맹금이라는 수익구조의 근본적 모순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외식업 가맹본부 10곳 중 9곳이 적용하고 있는 차액가맹금 방식은 본사의 이익이 커질수록 가맹점주의 수익이 줄어드는 제로섬 구조로, 양측 간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상충한다. 특히 인테리어 강요와 필수품목 지정을 통한 과도한 유통마진 추구는 가맹점주들을 경제적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로열티 모델로의 전환을 권장하고 있지만, 업계는 구조적 어려움을 내세우며 소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번 참극은 프랜차이즈 수익구조가 어떠한 근본적 결함을 가지고 있기에 칼부림 사망사건까지 초래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한 순간의 분노가 불러온 돌이킬 수 없는 비극
그날 오전 11시, 평범한 피자 가맹점에서 일어난 일은 믿기 어려운 참극이었다. 김동원 씨가 운영하던 피자 먹다 구로 디지털단지역점에서 본사 직원과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 3명이 목숨을 잃은 이 사건은,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 되었다.
사건 발생 직후 언론들이 일제히 프랜차이즈 갑질과 수익구조 문제에 주목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1. 사건의 전말과 충격적 현실
김동원 씨는 인테리어 하자 문제로 본사와 갈등을 빚던 중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한 본사 직원과 인테리어 업체 부녀를 흉기로 살해했다. 사건의 직접적 원인은 인테리어 문제였지만, 그 배경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무리한 리뉴얼 강요와 과도한 비용 부담이 있었다.
김 씨는 범행 후 자해를 시도해 중상을 입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찰은 살인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건은 프랜차이즈 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가맹점주들의 극단적 선택이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2. 프랜차이즈 갈등의 구조적 배경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적 분노의 폭발이 아닌 구조적 문제의 결과임을 보여주는 것은 최근 들어 프랜차이즈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피자헛의 차액가맹금 소송, 더본코리아의 연돈볼카츠 관리 소홀 문제, 각종 인테리어 강요 논란 등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본사와 가맹점 간의 갈등은 이미 법정으로까지 번져 업계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로열티 모델 전환을 권장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진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3. 사회적 반향과 업계의 대응
사건 발생 후 언론과 여론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문제에 집중했지만, 일각에서는 3명을 살해한 가해자를 옹호하는 듯한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수익구조의 근본적 개선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더욱 확산되었다.
업계에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일부 본사들은 인테리어 필수품목 제외나 점주 선택권 확대 등의 개선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수익구조 개편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실질적 변화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차액가맹금 시스템이 만든 구조적 갈등의 실체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차액가맹금이라는 수익구조에 있다. 국내 외식업 가맹본부 10곳 중 9곳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로열티 없이 차액가맹금만으로 수익을 올리는 본사도 60~70%에 달한다.
이 시스템의 핵심 문제는 본사의 이익과 가맹점주의 이익이 상충하는 제로섬 구조라는 점이다. 본사가 더 많은 유통마진을 취할수록 가맹점주의 부담은 커지게 되어 있어, 양측 간의 갈등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1. 차액가맹금 방식의 문제점과 폐해
차액가맹금 방식에서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가맹점을 무리하게 늘려서 초기 가맹비, 교육비, 인테리어비 등의 1회성 수익을 증대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필수품목을 늘리거나 비싸게 공급해서 지속적인 유통마진을 확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 방식 모두 가맹점주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제빵 프랜차이즈가 냉장고를, 커피 프랜차이즈가 주방도구를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공급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점주는 "본사 필수품목보다 온라인 제품이 더 싸서 몰래 쓰고 있지만, 매출 대비 발주량이 적으면 본사가 감시하기 때문에 적당량만 쓴다"라고 토로했다.
2. 인테리어 강요와 무리한 리뉴얼 압박
이번 관악구 사건의 직접적 원인이 된 인테리어 문제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 폐해 중 하나다.
일부 본사들은 3~5년마다 인테리어 교체를 강요하며 무리한 이윤을 추구해 왔다. 더본코리아 연돈볼카츠 사례처럼 가맹점을 무리하게 늘린 후 관리 부실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김동원 씨 사건에서도 인테리어 하자 문제가 갈등의 씨앗이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한 본사 직원들이 피해를 당하는 참극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인테리어를 필수품목에서 제외하고 점주가 저렴한 업자를 찾으면 브랜드 통일성 조건으로 허용하는 추세"라고 했지만, 여전히 많은 본사들이 인테리어를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3. 공정위의 로열티 모델 권장과 업계의 저항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6월 '가맹분야 필수품목 바로 알기' 안내서를 통해 로열티 모델 전환을 적극 권장했다.
공정위는 "필수품목 판매마진 모델은 가맹본부 이윤이 증가하면 가맹점주 수익은 감소해 이해관계가 상충된다"며 "로열티 모델은 가맹점주 수익이 증가할수록 가맹본부 수익도 함께 증가하는 바람직한 수익모델"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는 여러 이유를 들어 로열티 모델 도입에 소극적이다. 국토가 좁아 본사의 물류공급이 용이하다는 점, 영세 가맹본부가 많아 로열티 계약이 어렵다는 점, 매출 누락 등으로 로열티 회피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지속가능한 프랜차이즈 생태계 구축을 위한 근본적 개혁 필요
관악구 피자집 칼부림 사건은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근본적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보여준 비극적 사건이다. 3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이 참극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업계와 정부, 그리고 사회 전체가 프랜차이즈 수익구조의 근본적 문제점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본사와 가맹점주가 상생할 수 있는 윈윈 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1. 로열티 모델 전환의 현실적 방안 모색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적했듯이 "매출액 대비 수수료 모델 정착을 위해서는 최소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모집해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맥도널드, 버거킹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이미 로열티 모델로 성공적 운영을 하고 있는 만큼, 국내 브랜드들도 단계적 전환이 가능하다. 우선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로열티 모델을 도입하고, 중소 브랜드들은 정부 지원을 통해 점진적으로 전환해 나가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매출 누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결제 시스템 의무화나 투명한 매출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2.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제도적 개선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 개혁을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차액가맹금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의무 공시제도 도입, 필수품목 지정의 합리적 기준 마련, 인테리어 강요 금지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이 시급하다. 또한 가맹점주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이나 분쟁조정기구 확대 운영도 검토해 볼 만하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정보공개 의무를 강화하여 예비 창업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업계 자성과 사회적 책임 의식 제고
프랜차이즈 업계 스스로도 변화해야 한다. 단기적 이익 추구를 위한 무리한 가맹점 확장이나 과도한 유통마진 추구는 결국 업계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일부 본사들이 인테리어 필수품목 제외나 점주 선택권 확대 등의 개선책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는 가맹점주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 상생 경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또한 가맹점주들도 권익 보호를 위한 조직화와 집단 대응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
결국 이번 비극은 우리에게 프랜차이즈 수익구조가 어떠한 치명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또 다른 칼부림 사망사건까지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