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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3일, 미국 의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 ‘One Big Beautiful Bill(BBB)’을 통과시키면서 월가가 술렁이고 있다. 2017년 감세 영구화, 팁·초과근무 소득세 면제, 국방·전통 에너지 예산 확대가 맞물린 이번 법안은 3.4조 달러 추가 적자를 야기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과 직후 S&P 500은 반등했지만, 국채 금리와 달러가 동시에 급등해 성장주와 청정에너지주는 약세로 돌아섰다. 본문은 ▲법안 핵심 조항 ▲유동성·금리 경로 ▲섹터별 실적 시나리오 ▲글로벌 자금 흐름 ▲한국 투자자 전략을 전문가 시각으로 풀어내 투자자에게 실전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왜 하필 지금 BBB인가? 통과 배경과 시장 기대·우려
미국 정치권은 2025년 내내 재정 적자와 재정 지출 구조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금을 낮추면 성장으로 메운다”는 레이거노믹스식 논리를 재차 강조했고, 공화당 주류는 의료·청정에너지·사회보장 항목의 ‘과도한’ 지출을 줄여 감세 재원을 마련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7월 3일 양원을 통과한 BBB다.
법안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2017년 감세 일몰 조항을 완전히 없애 개인·법인 세율 인하 효과를 2035년까지 연장한다. 둘째, 팁과 초과근무 수당을 전액 비과세 처리해 저소득 서비스·제조업 근로자의 실질 임금을 끌어올린다. 셋째, 의료·푸드 스탬프·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축소해 연 2,800억 달러 이상을 절감한다. 넷째, 국방과 국경 안보·셰일 오일 인프라 예산을 증액해 전통 제조·에너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로드맵을 담았다.
의회예산국(CBO)와 비영리 싱크탱크 CRFB는 “향후 10년간 연방 부채가 추가로 3.4~3.6조 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백악관과 재무부는 “연 0.8~1.0%p 성장률 제고로 세수 증가가 일부 상쇄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시장은 바로 이 지점— ‘단기 성장 랠리’ 와 ‘중장기 재정·금리 리스크’— 사이에서 가격을 매기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네 갈래 변수: 감세·금리·달러·섹터
1. 감세와 소비·기업이익 증가 — “단기 달콤함”
법인세 영구 인하는 S&P 500 EPS 컨센서스를 2025년 기준 3~5 % 끌어올린다. 팁 면세는 외식·레저·리테일 산업 매출을 자극할 수 있다. 실제 발표 직후 월마트, 코스트코, 다든레스토랑 주가는 5 %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공급망 병목·임금 상승 압력이 겹치면 마진이 얼마나 보전될지는 불확실하다.
2. 재정적자와 국채 금리 — “빠른 달러, 느린 채권 매수”
시장 참가자는 10년물 금리가 4.3 → 4.7 %로 튀어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재무부는 법안 통과 직후 3년·5년·10년·30년물 발행 규모를 분기당 15 % 증액하겠다고 예고했다. 향후 매달 최대 3,500억 달러의 채권이 풀릴 전망이다.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며 달러인덱스는 105선을 재돌파했고, 신흥국 통화는 동반 약세를 보였다.
3. 섹터별 투·디·시(투자·디밸류에이션·실적)
섹터 | 단기 모멘텀 | 3~6개월 실적 전망 | 투자 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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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전통에너지 | 국방·셰일 예산 확대로 직격탄 수혜 | 배당·자사주매입 여력 증가 | WBD·RTX·XOM 관심 |
필수소비재 | 팁·초과근무 면세→소비 여력↑ | 매출 소폭 상향, 마진 방어 가능 | WMT·COST·KR 우선 |
기술·성장주 | 금리 급등에 밸류 압박 | AI·클라우드 초과성장주만 선별 | MSFT·GOOGL, GPU주 일단 관망 |
청정에너지 | 세액공제 축소로 단기 충격 | 설비투자 축소, EPS 하향 | 대형 풍력·태양광 ETF 경계 |
4. 글로벌 자금 흐름 — “왕의 귀환 vs 리밸런싱”
달러 강세와 미국채 금리 상승은 유럽·일본 자산에도 복합 호재다. 방산·항공·에너지 분야 공동 프로젝트가 확대될수록 록히드마틴·BAE·다소 시스템 같은 업체뿐만 아니라 일본·EU 소재부품 기업에도 후광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신흥국은 자본 유출 압력이 높아져 통화 방어를 위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 투자자를 위한 네 가지 체크리스트
1) 원·달러 환율: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수출주 환차익이 기대되지만, 외국인이 국내株 비중을 줄일 가능성도 크다. 환 헤지 ETF 편입을 비중 20 %까지 고려.
2) 방산·정유·조선 업종: 미국 국방·에너지 예산 확대 수혜.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조선해양 등은 유가 회복·LNG선 수주와 함께 긍정적 모멘텀.
3) 2차전지·태양광 경계: 美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삭감 여파로 중국·한국 배터리, 태양광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 밸류 부담 업종은 비중 축소·분산 필요.
4) 금리 민감주 관리: 국채금리 레벨업 구간에는 고PER 성장주보다 고배당 가치주, 리츠, 방어주로 포트폴리오를 돌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BBB 법안은 ‘단기 감세 랠리’라는 달콤함과 ‘증가하는 부채’라는 쓴맛을 동시에 품고 있다. 투자는 결국 밸류에이션과 실적, 거시 변수의 줄다리기다. 시장이 흥분할 때는 냉정하게 가격을, 시장이 불안할 때는 냉철하게 가치를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