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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은 열기로 가득 찼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설탕 과다사용세 토론회에 건강 전문가들과 식품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민 5명 중 1명, 청소년 3명 중 1명이 세계보건기구 권고치를 초과해 당류를 섭취하고 있다"며 설탕세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음료업계 관계자는 "음료를 담배처럼 규제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지나치다.
결국 소비자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2025년 10월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당류가 포함된 음료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국민 58.9퍼센트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했고, 청량음료 당류 경고문 부착에는 80퍼센트 이상이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원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영국과 멕시코는 설탕세 도입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덴마크는 1년 만에 폐지했다. 과연 한국에 설탕세가 필요한가.
콜라 한 캔에 세금을, 설탕세 도입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깊이 있게 분석한다.

국회 토론회장, 팽팽한 찬반 공방
2025년 9월 2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민국헌정회,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공동 주최한 설탕 과다사용세 토론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는 4년 만에 재점화된 설탕세 논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었다. 2021년 강병원 의원이 가당 음료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통과에 실패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공론장이었다.
1. 윤영호 교수의 경고
발제를 맡은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국민 5명 중 1명과 소아 및 청소년 3명 중 1명이 세계보건기구 권고치인 하루 50그램을 초과해 당류를 섭취하고 있습니다. 첨가당이 충치, 비만, 당뇨,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됐습니다."
그는 50만 명 이상을 추적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첨가당 음료를 하루 350밀리리터 늘려 마실 경우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25퍼센트 증가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가 2024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21년 기준 15조 6382억 원으로 흡연과 음주를 웃돈다는 점도 언급했다.
2. 식품업계의 절규
반면 식품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음료업체 임원은 "설탕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음료를 담배와 같은 규제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지나치다"며 "기업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 설계 단계에서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달부터 실수요 대리점이 국내 제당 3사에게 납품받는 설탕값이 킬로그램당 50원가량 인상됐다. 이런 상황에서 가공식품에 설탕세까지 부과할 경우 소비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정부가 설탕을 대체하기 위한 인공감미료의 무분별한 사용을 조장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3. 정태호 의원의 의지
정태호 의원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정책통으로 유명하다. 그는 토론회 모두 발언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은 조세부담률로 인해 재정건전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설탕 과잉 소비에 사회적 책임제를 부과하고 그 세수를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책은 취지만큼 전략이 중요하다"며 설탕세 도입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당류가 포함된 음료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해외 사례로 본 설탕세의 명암
1. 영국의 성공 스토리
설탕세를 논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은 2018년부터 100밀리리터당 5그램 이상의 당이 들어간 음료에 청량음료 산업세를 부과했다. 당 함량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했는데, 100밀리리터당 당 함량이 5그램 이상 8그램 미만인 경우 리터당 18펜스, 8그램 이상인 경우 리터당 24펜스를 부과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1인당 설탕 소비가 28퍼센트 줄었고, 제조사들이 자체적으로 당 함량을 낮추는 변화가 나타났다.
윤영호 교수는 "영국은 설탕세 도입 후 첨가당 음료의 매출과 당 함유량이 감소하면서 당류와 연관된 각종 대사장애, 만성질환, 암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비만 환자는 매년 14만 명, 당뇨 환자는 1만 900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 멕시코와 칠레의 교훈
멕시코는 2014년 1리터당 1페소의 세금을 부과해 고당류 음료 소비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가당 음료에 10퍼센트의 세금을 부과한 결과 가당 음료 소비가 2014년 5.5퍼센트, 2015년 9.7퍼센트로 매년 감소했고, 생수 구매는 16퍼센트 증가했다.
칠레는 당 함량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해 유사한 효과를 거뒀다.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도 소다세가 시행되며 일정한 소비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데다 설탕세 부과로 가격까지 비싸면 소비자는 그런 식품을 외면한다.
식품기업은 당분을 넣지 않은 건강한 제품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실패
하지만 설탕세가 모든 나라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 덴마크는 2011년 고열량 식품에 비만세를 도입했지만 소비자들이 인접국으로 구매를 옮기며 반발 여론이 커지자 1년 만에 제도를 폐지했다.
식품 가격 상승과 식품업체의 폐업이 이어지며 저소득층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1922년부터 가장 오래 설탕세를 시행하고 있지만, 설탕 섭취량이 10년 전에 비해 27퍼센트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시행 초기 소비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시 반등한 사례도 있었다.
핀란드도 업계의 반발로 설탕세 일부가 폐지되는 등 유럽 내에서도 찬반이 분분한 상태다.
4. 한국의 특수성
한국의 상황은 또 다르다. 2020년 미국 CIA가 진행한 비만율 통계조사에서 한국은 108개국 중 101위를 기록했다.
비만세를 도입한 국가 중 한국보다 비만율 순위가 낮은 국가는 없다.
문 백 년 식품기술사는 "설탕세 부과가 당류 섭취율과 비만율 감소의 해결책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과일도 당 함량이 높은 것들이 많다. 정책적으로 효과를 내기 쉬운 가공식품에만 세금을 부과해 해결하려다 보면 일시적인 감소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이미 다이어트와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은 나라다. 제로 음료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낮은 칼로리 제품과 인공 감미료를 사용한 제품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설탕세, 과연 한국에 필요한가
1. 국민 여론은 찬성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한국리서치를 통해 2025년 3월 7일부터 12일까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9퍼센트가 당류가 들어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설탕세를 부과하는 것에 찬성했다. 매우 찬성이 12.0퍼센트, 찬성이 46.9퍼센트였다. 특히 청량음료 제품에 설탕 함량과 경고문을 표시하는 방안에는 82.3퍼센트가 찬성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질병 예방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치료비 중심의 지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도 "설탕세는 기업의 설탕 사용을 억제해 비만 등 만성질환을 예방하고자 하는 측면이 크다"라고 밝혔다.
2. 제도 설계가 관건
결국 논의의 핵심은 도입 여부보다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금이 아닌 부담금 형태로 추진할지, 부과 기준을 당 함량으로 정할지, 또 걷힌 재원을 건강증진사업 등에 활용할지 등 구체적인 설계에 따라 정책의 수용성과 실효성이 달라질 전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설탕세 도입은 무엇보다 국민부담 증가에 따른 조세저항 및 음료 산업계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김정주 기획재정부 과장은 토론회에서 "경제, 사회적 파급 효과와 여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3. 농식품업계 파장 우려
설탕세 도입이 농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칫 100퍼센트 천연 과일주스나 두유, 가공유, 영유아용 분유 등이 설탕세 도입 대상이 된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떤 형태로든 설탕세가 도입된다면 농식품업계에선 제품 내 당 함량을 줄이기 위해 생산라인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상도 교수는 "당 섭취량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당 자체를 나쁜 성분으로 규정짓고 가공식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비만 예방을 위해선 국민 스스로가 생활 속에서 당 섭취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이나 계몽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4.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는 2016년 설탕세 도입을 권고했으며 현재 영국, 프랑스 등 120여 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비만율, 식습관, 경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영양학, 소비자행동학, 법경제학 등에 대한 깊이 있는 과학적 연구가 선행되어야만 헌법적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비례의 원칙에 따라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탕은 건강에 대하여 절대적으로 해로운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경우 해를 끼칠 수 있다.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건강증진의 방법으로 적절한지, 그리고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 외에 국민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방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여 건강증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가 문제다.
결국 콜라 한 캔에 세금을, 설탕세 도입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에 대한 답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접근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