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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계약이 '불공정 계약'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원전 1 기당 1억 7500만 달러의 로열티를 50년간 지급하고, 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 진출을 제한받는 조건이 포함된 이번 합의는 과연 정당한 것인가? 2025년 8월 정치권과 원전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 사안의 배경에는 웨스팅하우스가 보유한 PWR 원천기술과 한국형 원전 APR1400의 지식재산권 분쟁이 자리하고 있다. 26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감수해야 했던 대가가 과연 합리적이었는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 원전 수출에 미칠 장기적 영향은 무엇인지 전문가의 시각에서 체코 원전 계약의 불공정성을 면밀히 분석해 본다.
체코 원전 수주 뒤 숨겨진 굴욕적 거래의 전말
2025년 8월, 한국 원전 산업사상 최대 규모인 26조 원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국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면서 '과연 이것이 성과인가, 굴욕인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지식재산권 분쟁 종료 합의문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면서 원전 업계와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앞으로 50년간 한국이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1 기당 1억 7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400억 원의 로열티를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계약서에는 원전 1 기당 6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물품·용역을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구매해야 한다는 조항과 함께, 북미·유럽·우크라이나 등 주요 원전 시장에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수주 경쟁에 나설 수 없다는 제한 조건까지 포함되어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한국이 독자 개발하는 차세대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까지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는 사실상 한국의 원전 기술 주권을 50년간 미국에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체코 원전 하나를 따기 위해 한국이 치러야 하는 대가가 과연 적정한 수준인지, 아니면 불공정한 거래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원천기술 독점과 불평등 계약의 구조
1. PWR 원천기술을 무기로 한 웨스팅하우스의 전략
이번 불공정 계약 논란의 핵심에는 웨스팅하우스가 보유한 가압경수로(PWR) 원천기술이 있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아무리 독자적으로 개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반에는 1970년대 한국이 도입한 웨스팅하우스의 PWR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웨스팅하우스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한국이 체코 원전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자마자 웨스팅하우스는 즉각 "한수원은 허가를 받지 않은 원자로 기술을 사용할 권한이 없다"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시장 경쟁을 넘어선 기술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이었던 것이다.
웨스팅하우스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의 수출통제 제도가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원천기술이 포함된 제품의 해외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막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한국이 체코 원전 수주를 포기하지 않으려면 결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것이 현재 제기되고 있는 핵심 쟁점이다.
2. 50년 로열티 지급의 부당성
가장 큰 논란은 50년이라는 로열티 지급 기간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원전은 장기 사업이므로 50년이 과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례적으로 긴 기간이라고 평가한다. 통상적인 기술 라이선스 계약에서 50년은 거의 영구적 종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계약이 한국이 독자 개발할 차세대 원전과 SMR에까지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원전 기술 발전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조항으로, 미래 세대의 기술 주권까지 담보로 잡힌 셈이다.
한 원전 전문가는 "1 기당 1억 7500만 달러의 로열티에 6억 5000만 달러의 강제 구매까지 합치면 원전 1기 수출 시 약 8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원 이상을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26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에서 한국이 실제로 가져갈 수 있는 순수익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특히 향후 50년간 이런 조건이 지속된다면 한국 원전 수출의 수익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
3. 주요 시장 진출 제한의 파급효과
이번 계약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북미·유럽·우크라이나 등 주요 원전 시장에서 한국의 독자 진출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원전 수출에 치명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2035년까지 자국 내 원전 10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여기에 투입되는 금액만 100조 원이 넘는다. 유럽 역시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이 이런 핵심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경쟁할 기회를 포기한 것은 장기적으로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불공정 계약의 진실과 한국 원전 산업의 미래
1. 계약의 불공정성에 대한 객관적 평가
이번 한수원-웨스팅하우스 계약을 둘러싼 논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분명히 한국에게 불리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50년간의 로열티 지급, 주요 시장 진출 제한, 차세대 기술에 대한 검증 의무 등은 일반적인 기술 라이선스 계약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까다로운 조건들이다. 특히 한국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원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속적 관계를 50년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한수원 사장조차 국정감사에서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라고 답변할 정도로 이 계약의 불공정성은 명백하다.
하지만 동시에 고려해야 할 현실적 제약도 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원전 수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비록 불리한 조건이라도 합의를 통해 수출 길을 열어두는 것이 차선책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체코 원전만으로도 26조 원 규모이고, 향후 필리핀, 우간다, 인도네시아 등과 맺은 MOU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다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2. 원전 수출 전략의 근본적 재검토 필요성
이번 사태는 한국 원전 수출 전략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진정한 기술 자립을 위한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차세대 원전과 SMR 분야에서는 처음부터 독자 기술로 개발하여 이런 종속 관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미국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중동,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으로 수출 대상을 확산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3.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응 방안
비록 현재는 불리한 계약을 감수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지속적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한-미 원전 협력을 통해 단순한 하청업체가 아닌 파트너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셋째, 웨스팅하우스 외에 프랑스, 러시아 등 다른 원전 기술 보유국과의 협력도 다각화해야 한다.
결국 체코 원전 계약의 불공정성 논란은 한국 원전 산업이 진정한 기술 독립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계약이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발판 삼아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체코 원전 계약 논란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