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무역이나 부품 공급이 단절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해 온 리쇼어링 정책—즉, 제조업의 미국 본토 회귀—은 현실에서 가능할까? 이 글에서는 미중 갈등과 공급망 단절 시나리오 속 트럼프 리쇼어링 정책의 기대와 한계, 실제 산업별 영향, 미국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의 전략적 변화, 그리고 기업·노동시장·소비자에 미칠 파장까지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미중 무역 단절 가정, 리쇼어링이 유일한 해답일까?
세계 경제에서 중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 복잡하게 얽힌 ‘공급망의 허브’다. IT 부품, 희귀 광물, 가전·자동차 부품, 값싼 소비재 등 수많은 필수 재화가 중국을 거쳐 세계 각지로 흘러간다. 미국은 지난 30여 년간 중국의 ‘세계의 공장’ 역할과 저가 생산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 기업들은 원가 절감, 대량생산,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에서 큰 이득을 얻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미국 내에서는 “중국 의존을 줄이고, 전략 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자’는 리쇼어링(Reshoring) 목소리가 커져왔다. 실제로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 팬데믹, 지정학적 갈등, 최근 첨단산업 통제령 등은 ‘일부 산업의 중국 의존이 국가안보·경제안정에 중대한 리스크’ 임을 드러냈다.
만약 극단적으로 중국과 완전 무역 단절, 부품 공급의 즉각 중단이 현실화된다면, 미국의 리쇼어링 드라이브는 반드시 가속화해야만 하는 국가적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정치적 구호나 단순한 경제논리에 따라 쉽게 실현될 문제는 아니다.
리쇼어링의 기대와 현실, 실제 산업구조의 도전
중국 부품·재료 공급이 끊긴다 해도, 단번에 미국 내 제조업이 풀가동될 가능성은 낮다. 첫째, 미국의 본토 제조업 기반은 수십 년간 해외 이전으로 약화되어 왔고, 숙련인력, 부품생산 생태계, 생산라인, 설비, 원자재 공급, 물류 등 모든 산업 기반을 몇 년 만에 복원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IT, 반도체, 자동차, 생활가전, 섬유 등 ‘중간재·부품의 글로벌 분업구조’에 깊이 의존한 핵심산업들은 단순히 미국 내 공장만 세운다고 정상 조업이 불가능하다. 대다수 부품·재료·설비는 다국적 체인망을 통해 운용되므로,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베트남, 멕시코, 인도, 대만, 한국 등)로의 신속한 대체 역시 한계가 있다. 공급망 재구축에는 시간, 투자, 노력이 막대하게 소요된다.
둘째, 미국 내 노동비용, 환경·안전 규제, 생산 인프라 미비 등으로 인해 기존 중국산 저가조립 모델을 동일하게 미국 내 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자동화, 첨단 로봇, AI 기반 스마트팩토리로 대체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는 대규모 자본투자와 기술 혁신, 전문인력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셋째, 단기간에 ‘중국 없이 미국만의 공급망’을 구축하면, 필연적으로 원가 상승, 제품 가격 인상, 소비자 부담, 일부 소비재의 품귀 등 부정적 파장도 커진다. 대체 부품 조달처 확보도 동맹국·신흥시장과의 긴밀한 협상과 공공-민간 부문이 결합된 전략(보조금, 규제완화, R&D 투자, 인력양성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첨단 산업에서는 일정 부분 리쇼어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노동집약·저가제품·조립 중심 업종에서는 여전히 동남아, 멕시코 등 ‘차선책 오프쇼어링’에 움직일 공산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다국적 공급망이 ‘블록별’ 중심으로 쪼개지고, 일부 품목은 심각한 공급 차질을 겪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현명한 선택, 전략적 리쇼어링과 글로벌 협력의 균형
중국과의 무역·부품공급이 전면 중단된다면 트럼프식 리쇼어링은 ‘불가피한 전략’이 될 수는 있으나, 그 실행에는 한계와 리스크가 크다. 완벽한 생산재구축은 비현실적이며, 오히려 “혼재·분산적 글로벌 공급망 설계”, 주요 산업의 ‘핵심 부품·기술 내재화’, 미주·유럽·동남아 등 ‘동맹 중심 조달채널 다각화’ 등 유연한 다중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정부는 기업, 산업, 연구기관이 협력해 전략물자 자립률을 높이고, 공급망 안정화·디지털 전환·신속한 R&D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또 한편으론 완벽한 단절보다, 핵심 사안별로 제한적 무역/교섭 채널을 유지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현실적 대응력’이 요구된다.
결국 트럼프의 리쇼어링 정책도 ‘중국 패싱’만으론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분업·협력 생태계를 현명하게 활용하면서도, 미래 산업 및 전략 물자 중심의 내재화·첨단화·자동화 등 단계적 리쇼어링 정책을 병행해야만 실질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복합 전략만이 미래 공급망 불확실성, 지정학 리스크, 산업경쟁력 약화 등을 최소화하며, 미국 경제를 새로운 글로벌 리더로 지속적으로 이끌어나갈 해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