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정부의 "정년 연장"-청년 일자리 축소와 경영계의 우려, 현대차 파업으로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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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정년 연장"-청년 일자리 축소와 경영계의 우려, 현대차 파업으로 현실화

by 꿈꾸는 머니하우스 2025. 8. 31.

목차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2025년, 정년 연장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법정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조가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86.15% 찬성률로 파업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경영계와 청년층에서는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2016년 60세 정년 의무화 이후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최대 1.5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7월 청년고용률은 45.8%로 하락했고, 20대 취업자는 13만5천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34만2천명 늘어났다. 전문가 10명 중 6명이 정년연장의 최대 부작용을 청년 일자리 감소로 진단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며 임금피크제 도입 없이는 정년 연장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정년 연장-청년 일자리 축소와 경영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복잡한 상황을 분석해본다.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 축소"에 관한 이미지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폭발한 정년 연장 갈등

    1. 현대차 노조 86.15% 찬성률의 충격적 의미

    8월 2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는 한국 노동계에 큰 파장을 던졌다. 전체 조합원 4만 2천여 명 중 3만 9966명이 투표에 참여해 94.75%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이 중 3만 6341명이 찬성해 86.15%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파업권을 확보했다. 현대차 노조가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64세로 늘려달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7년 만에 파업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한 노조 간부는 "조합원들이 이렇게 높은 찬성률을 보인 것은 정년 연장에 대한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노사갈등을 넘어서 전국 대기업 노조들의 정년 연장 요구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2. 청년 백수 120만 명 시대의 아이러니

    현재 한국은 '청년백수 120만 명 시대'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안고 있다. 7월 기준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는 0.40개로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0.39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15-29세 청년고용률은 전월 대비 0.7% 포인트 떨어진 45.8%에 그쳤다. 서울 강남구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김모 씨(26세)는 "대기업 정년이 연장되면 윗자리가 막혀서 승진도 늦어지고 신입 채용도 줄어들 것 같아 불안하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7월에도 전체 취업자 수는 17만 명 늘었지만 60세 이상이 34만 2천 명 증가한 반면, 20대에서는 13만 5천 명이 감소했다. 이러한 세대 간 고용 격차는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으며,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3.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복지업 증가의 질적 격차

    고용 구조의 질적 악화도 심각한 문제다. 제조업 취업자는 7만 8천 명, 건설업은 9만 2천 명 감소한 반면, 보건·사회복지업은 26만 3천 명이나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안정적인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들의 양질의 일자리 진입 기회가 더욱 제한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졸업 청년 중 취업자는 71.0%, 미취업자는 29.0%였으며, 첫 임금근로 취업까지 평균 11.3개월이 걸렸다.

    이는 2019년 평균 10개월보다 길어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첫 직장 근속 기간이 2018-2020년 평균 1년 9개월에서 1년 6.4개월로 짧아졌고, 퇴사율은 65.1%로 2020년대 초반 60% 안팎보다 높아졌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도 늦어지고 첫 일자리의 안정성도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정년 연장 정책의 딜레마, 세대갈등 vs 고령화 대응

    1. 한국은행 충격 보고서, 고령자 1명 증가 시 청년 1.5명 감소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는 정년 연장 정책의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6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이후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최대 1.5명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정년 연장이 단순히 고령자 일자리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청년층의 기회를 직접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

    KDI 연구진도 "임금체계 개편 없이 시행된 정년 연장은 고령층 고용은 늘렸으나 청년층 고용에 양적·질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이는 2016년 이후 청년 취업률, 혼인율 및 출산율 하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고령자 고용정책 전문가 10명 중 6명이 정년연장의 최대 부작용을 '청년 일자리 감소'로 꼽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정년 연장 정책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임을 시사한다.

     

    2. 경영계의 강력한 반발, 재고용 vs 정년연장 대립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인 이상 기업 1,136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들의 입장이 명확히 드러났다. 정년 후 고령자 고용 방식으로 61.0%가 '재고용'을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정년연장' 32.7%의 두 배 수준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정년 후 고령자를 계속고용 중인 기업의 80.9%가 재고용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기업들이 재고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임금 조정의 유연성 때문이다. 재고용되는 고령자가 퇴직 전보다 임금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80.3%에 달했으며, '퇴직 전 임금 대비 70-80%'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50.8%로 가장 높았다. 또한 84.9%의 기업이 재고용 대상을 선별해야 한다고 답했는데, 업무성과와 역량 평가를 통한 선발(49.3%)과 결격사유 해당 여부 판단(35.6%)을 통해 적격자를 가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3. 정부의 딜레마, 초고령사회 vs 청년 고용 위기

    정부는 한국이 지난해 12월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2033년까지 65세로 늘어나는 만큼 소득공백 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 특별위원회 소병훈 위원장은 "오는 11월까지 구체적 안을 발의하겠다"라고 밝혔으며, 9월 입법안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안에는 대기업·공공부문보다 중소기업부터 순차 적용하는 방안, 업종·직무별 특성을 고려한 차등 연장, 임금피크제·직무급제와 연계한 인건비 완화, 정년연장과 청년 신규채용 의무·인센티브를 묶는 '패키지 설계'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민경신 기획재정부 노동시장경제과 과장은 "임금 부담 경감 등이 청년의 고용 기회를 축소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도록 재정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대 간 일자리 경쟁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년 연장 시대의 상생 모델 모색과 미래 전망

    1. 임금체계 개편의 시급성과 현실적 한계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인력이 필요한 기업들이 좀 더 수월하게 고령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같이 일할 사람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실효적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10여 년 전 정년 60세 법제화와 동시에 의무화된 임금체계 개편이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며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 같은 조치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년 60세가 법제화된 2013년 이후에도 기업 과반(61.4%)이 임금체계 개편을 하지 않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도 56.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정년 연장 논의 이전에 기본적인 임금체계 정비가 우선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2. 일본 사례에서 찾는 해결책과 한국적 적용

    경총은 "2000년대 초반의 일본처럼 노사 합의로 정한 합리적 기준에 해당할 경우 재고용 대상의 예외로 인정하는 등 최소한의 고용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도 마련돼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일본은 정년 연장과 함께 성과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고령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청년 채용 여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연공서열 문화가 강해 일본식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청년, 일문일답' 행사에서 "일하는 청년에 상식적인 일터를 보장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정부가 제시한 '패키지 설계'가 실제로 세대 간 상생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향후 사회적 대화의 결과에 달려 있다.

     

    3. 세대 공정과 지속가능한 고용정책의 균형점

    정부의 정년 연장-청년 일자리 축소와 경영계의 우려는 결국 한국 사회가 직면한 근본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동시에 청년층의 미래를 담보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명확한 사실이다. 앞으로는 단순한 정년 연장보다는 연령대별 맞춤형 일자리 창출, 세대 간 멘토링 시스템 구축, 고령자와 청년층이 협업할 수 있는 새로운 업무 모델 개발 등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세제 혜택과 인건비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임금체계의 근본적 개편 없이는 어떤 정년 연장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나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고용 생태계를 재설계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년 연장이 세대 간 갈등이 아닌 상생의 기회가 되려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양보와 타협을 통해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