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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은행에 갔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죄송합니다. 현재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규 접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8월 6일부터 10월까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전면 중단했고, 하나은행은 9월 실행 예정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규 신청을 중단했다. 수도권에 국한됐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제한이 지방까지 확대되고,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창구도 속속 닫히고 있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라는 지침을 내린 가운데,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대출 취급 범위를 좁히며 총량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대출·주담대 줄줄이 중단, 앞으로 주택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보았다.
은행 대출 창구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상담이 비교적 수월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8월 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신한은행이 8월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주택 처분, 근저당 말소 등을 조건으로 하는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을 때, 단순한 일시적 조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것이 시작일 뿐이었다.
1. 전국 단위 조건부 전세대출 중단 확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전국 단위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하는 내부 방침을 시행해 왔다. 6·27 부동산 대책에서 수도권에만 한정했던 규제가 이제는 지방까지 확대되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 목적 대출과 유주택자 대상 전세대출이 모두 차단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만난 고객들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2. 대출모집인 채널 축소의 파급효과
더 심각한 문제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전세대출 채널 축소다. 하나은행은 8월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규 신청을 중단했다. 6월부터 모집 법인별 신규 취급 한도를 설정해 관리했으나, 9월분 한도가 모두 소진되자 접수를 한시 중단한 것이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마찬가지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한도가 소진돼 신규 접수를 중단한 상태다.
3.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 의지
금융당국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잔액이 7월 말 604조 원으로 전월 대비 4조 5000억 원 증가한 점을 주시하며,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추가 규제를 경고한 상태다.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라는 지침은 단순한 권고가 아닌 강력한 정책 의지로 읽힌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는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 조달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주택 구입을 위한 실질적 대안 모색
은행 대출 문이 차례로 닫히는 상황에서도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신혼부부, 생애 첫 집 구매자, 전세에서 내 집으로 옮기려는 사람들까지, 이들에게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직접 여러 금융기관을 방문하고 상담받은 결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방법들을 정리해 보았다.
1. 한국주택금융공사 디딤돌대출 활용
가장 유력한 대안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디딤돌대출이다. 2025년 8월 현재 디딤돌대출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에게 우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자녀 가구는 연 0.7% 포인트, 2자녀 가구는 0.5% 포인트, 1자녀 가구는 0.3% 포인트의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2025년 3월 24일 신규 접수분부터는 자녀 1명당 5년간 우대금리가 적용되어, 기존보다 혜택이 확대되었다. 지방 소재 주택의 경우 금리에서 0.2% 포인트를 추가로 차감해 주는 것도 큰 장점이다.
2. 주택도시기금 전세자금 및 월세대출 검토
전세대출이 막힌 상황에서는 주택도시기금의 전세자금대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일반 은행 전세대출과 달리 주택도시기금은 서민층과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금융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출이 가능하다. 또한 월세대출도 고려해 볼 만하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해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월세보증금 대출을 통해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3. 협동조합형 공동주택 및 공공분양 참여
민간 대출이 어려워진 만큼 공공 주택사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협동조합형 공동주택은 일반 분양주택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으며, 조합원 자격으로 우선 분양권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LH공사나 SH공사 등에서 추진하는 공공분양 주택도 시중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므로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청약 점수 관리와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하는 주택금융 환경에 대한 전략적 접근
전세대출과 주담대의 줄줄이 중단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주택금융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과거처럼 은행에서 쉽게 대출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시대는 점차 막을 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변화에 대한 불평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다.
1. 장기적 자금 계획 수립의 중요성
앞으로는 단기간에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자본금 비율을 높이고, 정책금융을 적극 활용하며, 다양한 주택공급 채널을 검토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나 신혼부부의 경우 디딤돌대출의 우대금리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되, 대출 한도와 LTV 비율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지역의 경우 주담대 상한이 6억 원으로 제한되어 있어, 이를 고려한 주택 선택이 중요하다.
2. 다변화된 주택 확보 전략 필요
전통적인 주택 구입 방식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 협동조합형 주택, 공공분양, 리츠(REITs) 투자, 소유권 공유형 주택 등 새로운 형태의 주택 공급 방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지역별로 다른 규제 환경을 고려하여 수도권이 아닌 지방 도시의 주택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방 주택의 경우 금리 우대 혜택도 있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완화되어 있어 주택 구입이 수월할 수 있다.
3. 정책 변화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
주택금융 정책은 경제 상황과 정치적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기회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금융위원회나 국토교통부의 정책 발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주택금융 전문가나 중개업소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전세대출·주담대 줄줄이 중단되는 현실에서도 치밀한 계획과 다각적 접근을 통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