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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뒤흔들 폭풍이 시작됐다. 트럼프는 2025년 8월 29일에 미국의 소액 면제를 전 세계적으로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로 인해 기존 800달러 이하 소액 소포에 대한 무관세 혜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한국 우정사업본부가 미국행 국제특급우편(EMS)과 소포 접수를 일시 중단했고, 영국·프랑스·독일·덴마크 등 여러 나라의 우편업체들이 줄줄이 배송 중단 조치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이건 영구적인 변화"라며 "어떤 국가에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못을 박았다. 한국 전자상거래 수출 1조 7천억 원 가운데 미국 시장이 2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특히 중소 전자상거래 업체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6개월 계도기간 동안 건당 80-200달러 관세 선택 옵션이 제공되지만, 오늘부터 미국 소포 무관세 혜택 폐지가 본격 시작되면서 전 세계 해외직구와 소상공인 수출업체들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30년 만에 바뀌는 미국 소포 정책, 무엇이 달라지나
지난 15년간 해외직구 시장을 지켜본 입장에서, 이번 미국의 소액 소포 무관세 혜택 폐지는 단순한 정책 변화를 넘어 글로벌 전자상거래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고 본다.
1. 드 미니미스 제도의 역사적 변화
트럼프 행정부가 800달러 미만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드 미니미스(De minimis)' 면세 조항을 29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는 발표는 193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소액 면세 정책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다. 이 제도는 원래 소액 물품에 대한 관세 징수 비용이 관세 수입보다 더 클 수 있다는 행정 효율성 논리에서 출발했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 논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2. 중국발 소포 급감 사례의 시사점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 2일 중국과 홍콩발 소액 소포 면세를 먼저 중단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에서 발송된 소액 소포가 하루 평균 400만 건에서 100만 건으로 75% 급감했다. 이는 이번 전면 폐지가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예측케 하는 중요한 지표다. 더욱이 중국과 홍콩에서만 4억 9,200만 달러 이상의 관세를 징수했다는 점은 미국 정부의 세수 증대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3. 마약과 위조품 차단 명분의 현실성
트럼프 행정부는 소액 소포가 불법 마약류, 위조품 등의 반입 통로가 되고 있다며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국내 제조업 보호가 더 큰 목적으로 보인다. 펜타닐 등 마약류가 소액 소포를 통해 유입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소액 소포의 면세 혜택을 없애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전자상거래와 소상공인들이 직면한 현실적 타격
이번 정책 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여러 소상공인들과 전자상거래 업체들을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결과 단순한 관세 부담 증가를 넘어 사업 모델 자체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중소 전자상거래 업체의 생존 위기
한국 전자상거래 수출 1조 7천억 원 가운데 미국 시장이 20%를 차지하고 있어, 특히 중소 전자상거래 업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은 현실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다. 특히 K-뷰티, 한국 식품, 소규모 패션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800달러 이하 면세 혜택이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이제 이런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하거나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2. 배송업체들의 연쇄 중단 사태
한국 우정사업본부가 미국행 국제특급우편(EMS)과 소포 접수를 일시 중단한다는 조치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관세 신고와 징수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배송업체들이 추가 비용과 행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DHL, FedEx 같은 민간 배송업체들도 소액 소포 배송 서비스 재구성을 검토하고 있어 배송 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3. 관세 계산의 복잡성과 6개월 계도 기간
6개월의 계도 기간에는 가액에 비례하는 관세 대신 소포 한건당 80달러에서 200달러의 관세를 내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조치는 일시적 완충장치에 불과하다. 실제로 80-200달러의 정액 관세는 고가 제품에는 유리하지만 저가 제품에는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50달러짜리 화장품에 80달러 관세를 부과한다면 소비자 가격이 260% 증가하는 셈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생태계 재편과 대응 전략
이번 미국의 소포 무관세 혜택 폐지는 단순한 관세 정책 변화를 넘어 글로벌 전자상거래 생태계 전반의 재편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들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1. 물류 허브 다변화와 현지화 전략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미국 내 물류 창고를 확보하거나 캐나다, 멕시코 등 인근 국가를 활용한 우회 루트 개발이다. 실제로 일부 한국 업체들은 이미 캐나다 밴쿠버나 멕시코 티후아나에 소규모 물류 센터를 구축하여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략도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원산지 규정과 재수출 규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2. 제품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고부가가치화
800달러 이하 면세 혜택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제품당 관세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고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K-뷰티 업계의 경우 개별 제품보다는 세트 상품이나 프리미엄 라인에 집중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 여행객은 200달러까지의 개인 물품을 면세로 반입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활용한 소량 샘플링 마케팅도 고려해 볼 만하다.
3. 디지털 서비스와 무형 자산 중심 전환
물리적 상품 수출이 어려워진 만큼, 디지털 콘텐츠, 소프트웨어, 온라인 서비스 등 무형 자산 수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를 활용한 라이선싱 비즈니스나 온라인 교육 서비스 등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미국의 소포 무관세 혜택 폐지는 한국 전자상거래 업계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다.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를 계기로 더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오늘부터 미국 소포 무관세 혜택 폐지가 시작되었지만, 준비된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