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금융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 역시 저마다의 방향성과 규제 전략을 통해 디지털 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는 기술력과 금융 인프라를 바탕으로 주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이 세 나라가 스테이블코인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정책과 시장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시도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다소 신중하면서도 점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2022년 테라 루나 사태 이후, 정부는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운용에 대한 기준 마련에 나섰습니다. 테라 사태는 사실상 한국에서 탄생한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이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던 사건인데요, 이 사건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은 발행 구조, 담보 자산의 투명성, 소비자 보호 장치를 포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도입을 본격화했습니다.
2023년부터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전반을 법제화하려는 논의가 활발해졌고, 금융위원회는 ‘가치안정토큰’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은행이나 금융사가 일정한 조건 하에 발행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민간에서도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 X나, 국내 거래소들이 스테이블코인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는 자체 담보형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죠. 다만 아직까지는 법적 인프라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았고, 상용화보다는 테스트 단계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향후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정부의 제도 정비 속도에 맞춰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은행과 연계된 실물담보형 모델이 주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소비자 보호와 시스템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으로 적용할 전망입니다.
일본의 정책과 민간 참여 구조
일본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을 빠르게 정립해온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22년 말, 일본 금융청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적 정의와 운영 기준을 포함한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2023년부터 정식으로 발행 가능한 구조를 마련했습니다. 일본의 법 개정은 전 세계적으로도 모범 사례로 평가되며, 특히 발행 주체를 은행, 신용금고, 자금이체업자로 제한함으로써 발행자에 대한 책임성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민간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쓰비시 UFJ은행이 주도한 ‘프로그마 페이’입니다. 이 플랫폼은 일본 내 상거래 결제에 사용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실제 실증 실험까지 진행된 바 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엔화뿐 아니라 달러 기반으로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글로벌 결제 시스템과의 연동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본 특유의 금융 규제 보수성과, 동시에 디지털 혁신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술보다 제도를 먼저 정비하고, 제도 안에서 민간의 혁신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일본식 접근법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글로벌 금융허브 전략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일찍부터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을 보이며, 관련 법과 규제를 사전에 설계해 왔습니다. 2023년 발표된 MAS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1:1로 법정화폐와 연동되어야 하며, 반드시 고품질 담보자산을 기반으로 해야 하고, 발행자는 재무 건전성과 정보공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처럼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조한 규제 덕분에 싱가포르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들의 허브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서클(Circle)이나 페이팔(PayPal) 등 미국의 발행사들이 싱가포르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하거나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국내외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된 규제 환경 아래에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사업 확장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또한 싱가포르는 스테이블코인을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의 연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으며, 국경 간 송금, 디지털 자산 거래소, 결제 솔루션 등 다양한 인프라에 스테이블코인을 통합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이러한 정책적 유연성과 선제적 대응이 싱가포르를 아시아 디지털 금융의 중심지로 이끌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세 나라는 각자의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기술보다는 제도와 신뢰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향후 아시아 시장의 스테이블코인 경쟁력은 규제 투명성, 발행 구조의 안전성, 그리고 글로벌 연계성에 달려 있습니다. 관련 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각국의 정책 변화를 주시하며, 리스크와 기회를 균형 있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