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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9일, 중국 상무부가 홀뮴, 어븀, 툴륨, 유로퓸, 이터븀 등 5종의 희토류 원소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미중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희토류는 주기율표상 57번부터 71번까지 15개 원소에 스칸듐과 이트륨을 더한 총 17개 원소를 통칭하는 말로, 반도체 노광장비, 레이저, 광섬유 증폭기,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퍼센트, 정제 부분에서는 90퍼센트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번 조치는 중국산 원료와 기술을 활용해 해외에서 제조한 품목까지 통제 대상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100퍼센트 추가 관세로 맞대응했고, 이로 인해 뉴욕 증시는 하루 만에 시총 2조 달러가 증발하는 충격을 받았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80퍼센트에 달해 미중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반도체와 전자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희토류가 산업의 비타민에서 자원 무기로 전환되고 있으며,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경고한다.
이 글에서는 미중 갈등의 핵심이 된 희토류가 무엇이며 왜 이토록 중요한 전략 자원인지를 분석한다.

산업의 비타민에서 자원 무기로 변신한 희토류
2025년 10월 9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는 뉴스가 터지면서 국내 반도체와 전자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비상 소집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는 홀뮴, 어븀, 툴륨, 유로퓸, 이터븀 등 5종의 희토류 원소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이로써 지난 4월 디스프로슘, 사마륨 등 7종을 통제한 데 이어 총 12종의 희토류가 규제망에 들어갔다.
한경닷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에 중국산 원료와 기술을 활용해 해외에서 제조한 품목까지 통제 대상으로 확대했다.
이는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사용했던 수출 중단 카드보다 훨씬 강력한 수준이다.
1. 희토류란 무엇인가, 드물지 않지만 희귀한 원소
희토류는 화학 원소입니다. 주기율표상 57번부터 71번까지의 15개 원소에 스칸듐과 이트륨을 더한 총 17개의 원소를 통틀어 가리킵니다. 영어로 희토류는 Rare-earth elements라고 표기하는데 단어 그대로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성분이라는 뜻입니다.
희토류는 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천연으로 섞여서 산출되는데요. 지구의 지각에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분포해 있지만, 경제성이 있을 정도로 농축된 형태로는 거의 산출되지 않고 광물 형태로는 희귀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었습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세륨은 68ppm으로 지각을 구성하는 원소 중 25번째로 풍부한 원소로 구리와 유사한 양이다. 가장 희소한 원소인 툴륨도 지각에 0.5ppm 존재하는데 금과 비교하면 200배 많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희토류가 희귀한 것일까? 문제는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심각하게 유발된다는 점이다.
서구 선진국들은 환경 규제 때문에 희토류 생산을 하지 않고, 중국이 느슨한 환경 기준으로 이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2. 트럼프의 100퍼센트 관세 보복과 뉴욕 증시 폭락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발표 다음 날인 10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를 통해 "중국이 희토류와 관련해 나머지 세계와 매우 적대적으로 되고 있다"며 "100퍼센트의 대중 추가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뉴욕 증시가 급락하며 하루 새 시총 2조 달러, 한화 2872조 원이 사라졌다.
나스닥은 3.6퍼센트 급락하며 6개월 만에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날 선 반응을 보인 것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 미국의 방위산업,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산업이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등에 희토류를 채굴할 수 있는 광산을 갖고 있지만 정제가공 공정이 중국에 집중돼 있어 사실상 중국에 공급망을 의존하고 있다.
첨단 산업의 필수 소재, 희토류의 전략적 가치
희토류는 전자제품,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첨단 산업의 재료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전략 자원으로 꼽힌다. 중국이 이번에 추가 지정한 희토류들은 반도체 제조나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소재인 만큼 산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산 원료나 기술이 사용된 해외 생산품까지 규제하겠다고 발표해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1. 추가 통제된 5종 희토류의 구체적 용도
중국 정부가 지난 4월 희토류 7종 수출 통제에 이어 이번에 5종을 추가 지정했다. 구체적으로 홀뮴, 어븀, 툴륨, 유로퓸, 이터븀이고요. 주로 군사용 또는 의료용 레이저 장비나 반도체 노광장비, 해저케이블이나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광섬유 증폭기 제작에 쓰인다. 아주경제 보도에 따르면 디스프로슘, 사마륨 등 희토류 7종은 노광기, 식각기 등 반도체 정밀 장비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중국이 90퍼센트 가까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홀뮴은 레이저 의료기기와 핵 제어봉에 사용되며, 어븀은 광섬유 증폭기의 핵심 원소다. 인터넷 통신의 근간이 되는 해저 케이블 시스템에 필수적이다. 유로퓸은 적색 형광체로 LED와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며, 이터븀은 고출력 레이저와 원자시계에 쓰인다. ASML의 EUV 노광장비에는 다양한 희토류가 사용되는데, 이것이 없으면 7 나노 이하 미세공정 구현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2. 중국의 희토류 독점 지위와 한국의 높은 의존도
희토류를 가장 많이 점유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중국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생산량의 70퍼센트를, 희토류 정제 부분에서는 90퍼센트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80퍼센트에 달한다. 참고로 한국은 중국산 희토류 수입 비중이 70퍼센트를 넘는데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희토류 공공 비축량은 6개월 치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이중 압박에 국내 반도체 업계에 재차 긴장감이 감돈다. 미국이 두 달 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법인의 VEU 지위를 철회한 데 이어 중국마저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희토류를 제련하고 분리하는 공정에는 고도의 화학적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중국은 수십 년간 이 기술을 축적해 왔고, 환경 규제가 느슨한 점을 활용해 대규모 생산 시설을 구축했다.
3. 4월 대책 이후 더욱 강화된 이번 조치의 특징
중국은 앞서 지난 4월에도 희토류 수출 통제를 시행했는데 이번엔 뭐가 다른 걸까?
중국 정부는 이번에 추가적인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산 원료와 기술을 활용해 해외에서 제조한 품목까지 통제 대상으로 확대했다.
또 14 나노미터 이하 시스템 반도체나 256단 이상의 메모리 반도체, 반도체 생산이나 군사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 있는 AI 등 희토류 관련 품목도 수출하려면 승인받아야 한다.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관련 품목은 민간과 군 겸용의 속성을 갖고 있다"며 "일부 해외 조직이 중국산 희토류를 군사 등 민감 분야에 사용해 국가 안보와 이익에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라고 조치 배경을 밝혔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해외에서 생산되는 전략 광물 제품 중 중국산 희토류가 0.1퍼센트 이상 포함되거나 중국 기술이 적용된 경우 민간과 군으로부터 물품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중국의 통제하에 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자립의 시급성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로 촉발된 미중 갈등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기술 패권 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희토류가 산업의 비타민에서 자원 무기로 전환되면서 각국은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자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으며, 지금 당장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1. 국내 반도체와 전자산업에 미치는 영향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가 수출을 원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일일이 허가를 받게 해서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조치인데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장기화될 경우에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 이외 국가로 희토류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방법이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SML 같은 반도체 장비사가 영향을 크게 받을 텐데, 수입허가 승인이 오래 걸려 제품 출하가 지연될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숨죽이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어븀의 경우 해저케이블 증폭기를 만들 때 쓰이는데 전선업계 관계자는 "증폭기 제조사는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해저 통신 케이블이나 광섬유를 만들 때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2. 공업용 다이아몬드와 리튬 배터리까지 확대되는 규제
중국이 희토류뿐만 아니라 공업용 다이아몬드와 리튬 이온 배터리도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오는 12월 8일부로 통제를 예고한 상태고 공업용 다이아몬드의 경우 주로 반도체 제조나 소재 연마, 광학기기 등에 사용된다.
미국 지질 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에 공급된 인공 다이아 분말의 77퍼센트가 중국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반도체 칩 제조를 겨눈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중국이 공업용 다이아 수출을 통제하면 국내에서는 일진다이아몬드 등 생산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또 리튬 이온 배터리는 스마트 폰부터 전기차까지 널리 쓰이는 이차전지의 일종인데 올 들어 7월까지 미국이 수입한 리튬 이온 배터리의 65퍼센트가 중국산이라는 통계가 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기업과 소재 기업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3. 미중 갈등 장기화 대비한 한국의 전략
글로벌이코노믹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미국과의 칩 전쟁에 예상치 못한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중국이 반도체 장비 병목 현상을 대부분 해결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핵심 광물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같은 갈등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를 계기로 열릴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과거 관세 위주였던 무역 분쟁이 반도체와 희토류 등 기술과 생산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양측의 빅딜 합의는 더욱 어려워지고 불확실성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호주, 베트남, 인도 등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희토류 재활용 기술과 대체 소재 개발에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도시광산 프로젝트를 통해 전자제품 폐기물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결국 미중 갈등의 핵심인 희토류는 단순한 광물 자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주권의 문제이며, 한국도 지금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